지난 시즌 후반기 파리 생제르맹(PSG)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한때 PSG와 이별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강인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강인이 지난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이어 올랭피크 리옹을 상대한 리그 경기에서도 극장 결승골을 돕는 등 맹활약을 펼치자 현지 언론들이 이강인을 재평가하고 있다. 한 언론은 이강인은 PSG에서 뛰는 동안 한 번도 못한 적이 없다면서 언론을 통해 팀 분위기를 흔들지 않고 조용하게 자신의 기회를 기다리는 이강인의 태도를 주목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랭피크 리옹과의 2025-2026시즌 프랑스 리그1(리그앙) 12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경기 막바지 결정적인 코너킥으로 주앙 네베스의 결승골을 돕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PSG의 3-2 승리를 견인했다.

이강인의 맹활약 속 적지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온 PSG는 승점 27점(8승3무1패)을 기록하며 다시 리그 선두로 올라섰고, 리그 5연패를 향한 여정을 이어갔다. 반면 PSG를 상대로 승점 1점이라도 확보하길 기대했던 리옹은 3경기 무승(2무1패)에 빠지며 승점 20점(6승2무4패)을 유지했다.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PSG 소속 100번째 경기를 치르게 된 이강인은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인상적인 활약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꺼낸 4-3-3 전형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장기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로 리옹 수비진을 휘저으며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데 집중했다.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 88%(44/50), 상대 지역 패스 성공률 86%(30/35), 크로스 성공 5회(6회 시도), 긴 패스 성공률 100%(3/3), 키 패스 2회 등 창의적인 전진 패스가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패스 지표에서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백미는 경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 나온 코너킥 어시스트였다.

팽팽한 2-2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추가시간 5분 PSG가 얻어낸 코너킥 키커로 나선 이강인은 문전으로 예리한 코너킥을 보내 네베스의 결승골을 도왔다.

지난 8월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를 상대한 UEFA 슈퍼컵에서 터트린 득점 이후 약 세 달 만에 나온 공격포인트이자 이번 시즌 리그에서 올린 첫 번째 도움이었다.

자신의 시즌 첫 번째 어시스트로 팀의 승리를 이끌고 구단으로부터 PSG 소속 100번째 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메달을 받은 뒤 미소를 보인 이강인은 구단 공식 채널인 ‘PSG TV‘와의 인터뷰에서 "승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PSG 소속으로 100번째 경기에 출전하게 되어 행복하다"며 "팀이 엄청난 힘을 보여줬던 게 결정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리그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가 우리에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승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나도 PSG에서 100번째 경기를 소화했고, 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의 활약이 이어지자 그를 향한 평가도 달라진 모양새다. 이강인은 한때 방출 후보로 여겨졌지만, 현재 그에 대한 현지 언론들의 평가는 상당히 좋아졌다.

프랑스의 축구 전문 매체 ‘소풋‘은 11일 "이강인은 지난 일요일 PSG에서 자신의 통산 100번째 경기를 치르며 다시 한번 경기 막바지에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했다"며 "이번 시즌 초반에도 수차례 교체로 출전해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던 이강인은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절대 못한 적이 없었고, 잘못 평가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소풋‘은 이강인이 RCD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PSG에 입단한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강인을 두고 PSG급의 팀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라고 평가하는 등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이강인이 묵묵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언론은 이강인이 지난 2023년 10월 이탈리아의 명문 AC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터트린 데뷔골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나, 여론의 반응은 미지근했다면서 "다른 선수가 그랬다면 모두가 박수를 쳤겠지만, 이강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다"며 사람들이 유독 이강인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강인은 어떠한 비판에도 언론을 통해서나 인터뷰 구역에서 한 번도 직접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다. 그가 내는 유일한 소리는 경기장에서의 플레이"라며 이강인이 자신을 향한 비판에도 경기장 밖에서 반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소풋‘은 "이강인이 100경기에서 기록한 13골 13도움이라는 수치는 슈퍼스타의 화려한 기록은 아닐 수 있지만, PSG가 흔들릴 때마다 한 번의 왼발로 막혀 있던 자물쇠를 열어버린 선수의 이야기를 설명한다"며 "세트피스든 오픈 플레이 상황이든 그의 왼발은 작지만 점점 더 인정받는 PSG의 ‘비밀 무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인내와 노력, 자신감으로 점철된 철학은 이제 경기장에 완벽하게 드러나고 있다. 100경기 출전이라는 상징적인 고비를 넘긴 현 시점에서 이강인은 조용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의 전형으로 남았다"며 "그는 모든 상황을 팀을 위한 기회로 바꾸는 선수이며, 축구에서의 영향력은 골이나 어시스트가 아니라 정확함과 꾸준함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또 "이강인은 그 증거 자체"라면서 "과소평가되고, 비판과 조롱을 받았던 선수가 결국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사례인 이강인에게 스포트라이트는 필요없다. 그는 PSG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자신이 이곳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강인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