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초반 순위표가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치달았다. 지난 시즌 15위까지 처지며 강등 걱정까지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3연승으로 6위까지 급상승했고,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은 개막 5연승 후 4연패로 7위까지 추락했다. 승격팀 선덜랜드가 4위를 달리는 등 전통의 빅6( 맨유, 리버풀, 아스널,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구도마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맨유는 지난 26일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9라운드 브라이턴전에서 4-2로 승리하며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마테우스 쿠냐와 브라이언 음뵈모가 각각 멀티 골을 터트렸다. 후벵 아모링 감독 체제 맨유는 최근 3경기에서 8득점 3실점을 기록하며 승점 16점을 쌓았다.

아모링 감독의 철학이 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부임 당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고 싶다면 미친개처럼 뛰어다녀야 한다”며 강도 높은 활동량을 요구했다. 맨유 소식을 다루는 유나이티드 인 포커스는 27일 “최근 3경기에서 맨유는 모두 상대보다 더 많은 거리를 소화했다”고 보도했다. 쿠냐, 음뵈모, 베냐민 세슈코로 구성된 새로운 공격 삼각편대도 점차 적응하며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반면 리버풀은 26일 브렌트퍼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패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개막 5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던 리버풀은 크리스털 팰리스전부터 연달아 패하며 승점 15점으로 7위까지 밀려났다. 지난 시즌 단 4패만 당하고 우승한 팀답지 않은 모습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4억5000만파운드(약 8518억원)를 투자한 리버풀의 부진은 더욱 충격적이다. 옵션 포함 1억1600만파운드(약 2195억원)에 영입한 미드필더 플로리안 비르츠는 리그 7경기에서 0골 0어시스트로 ‘007’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었다. 뉴캐슬에서 이적 파문을 일으키고 합류한 알렉산데르 이사크 역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4차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무함마드 살라흐의 갑작스러운 노쇠화도 팀에 치명타가 됐다.

브렌트퍼드전에서 리버풀은 세트피스와 역습에 무너지는 양상을 반복했다. 후반 15분에는 페어질 판데이크가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승부가 기울었다. 리버풀의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4연패는 재앙”이라며 “챔피언이 여름에 그렇게 큰 돈을 쓰고도 이런 성적을 낸다는 건 위기라는 뜻”이라고 혹평했다.

현재 순위표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스널이 승점 22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본머스가 승점 18점으로 2위, 토트넘과 선덜랜드가 승점 동률(17점)에 각각 3, 4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승격팀 선덜랜드는 한때 리그원(3부리그)까지 떨어졌다가 8년 만에 복귀해 지난 25일 첼시를 2-1로 꺾으며 저력을 입증했다.

전통의 강호 맨체스터 시티는 승점 16점으로 공동 5위에 머물러 있고, 지난 7월 클럽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첼시는 승점 14점으로 9위까지 내려앉았다. 빅클럽 중 명성에 맞게 선두를 달리는 팀은 아스널이 유일하다.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무너진 리버풀이 반등할 수 있을지, 아모링 체제 맨유의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